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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험 - Adventure/[2011]20대에 하고싶은것

[2011.08.18] 케이프타운 마냥 다니기

이날 찍은 사진은 모두 백업전에 도둑맞았기에 사진이 없다..

아 이날 완전 이쁜그림 많았는데 ㅠㅠ

첨부된 사진들은 이날이 아닌 케이프타운 첫날 아이폰으로 찍은 워터프론트의 모습과
역시 아이폰으로 찍었던 포스트카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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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벽부터 잠을 조금 설쳤다. 누군가의 알람이 울었는데 끌생각을 하지 않는지 계속 울었기 때문이다. 어떤녀석인지 빨리좀 꺼줬으면 좋겠는데 슬슬 화가난다. 결국 한녀석이 일어나서 소리가 어디서 나는지 찾아보더니 내 캐비넷에서 소리가 난다고 한다. 당황함과 미안함에 2층 침대에서 뛰어내려 자물쇠를 열어보니 아이팟이 켜져있고 열심히 울어대고있었다. 꺼놨던 녀석이 왜 울고있는지 의문이 들지만 다른 모두에게 사과를 하고 다시 잠자리에 들었다. 하지만 이날도 언제나 처럼 덴마크녀석 한놈이 문을 닫지도 않고 쿵쿵소리 내고 다니며 전혀조심하지 않고 지퍼소리와 케비넷소리를 있는그대로 우리에게 들려주었다. 덕분에 모든 사람들이 원치않게 잠에서 깨지만 왜그런지 아무도 그에게 주의를 주는 사람은 없다. 쌀쌀한 공기에 한참을 밍기적 거리던 나도 결국 일어나 외출 준비를 했다.
오늘 목표는 비자받기, 앞으로 쓸 경비 출금하기, 제나만나기, 선교사님과 전화하기!
이름도 출신국가도 너무발음이 어려웠던 키큰 백인여자와 함께 길을 출발했다. 나는 나미비아 대사관으로 그녀는 시내를 구경한다고 나오는 길이었는데 나는 서슴치 않고 보캅을 추천해주었다. 

대사관도착해 차례를 기다리니 비자페이를 내라고했다. 500랜드를 건냈더니 거슬러 줄돈이 없으니 잔돈을 받지 말던가 너가 잔돈을 준비해서 가져오란다. 하는수 없이 다시 건물밖으로 나와 어디서 돈을 바꿔야될지 생각하다가 되면좋고 안되면 말고라는 마음으로 건물 1층 바로 옆쪽에 위치한 작은 슈퍼마켓에 들어갔다. 사정을 말씀드렸더니 흔쾌히 돈을 바꿔주었고 다시 대사관으로 올라가 나미비아 스탬프가 찍힌 여권을 받을 수있었다. 

여권을 받은 후 다음목표인 ATM 이용하기. 아프리카에서 처음 이용하는 ATM 이다. ATM 에 관련된 안좋은 얘기들이 많기에 약간 긴장을 하고 은행을 향했다. 내가 선택한 은행은 케이프타운 도심 한가운데 높이 솟아있는 ABSA 은행. 
제일 눈에띄기에 큰은행, 안전성이 높은 은행이라 생각했기 때문이다. 외국에서 ATM 을 이용할때 가장 주의해야할것은 절대 안전요원을 포함한 다른사람의 도움을 받지 않기, 카드복사 주의하기, 비밀번호 누출조심하기 정도랄까? 6월에 왔을때 만났던 홍준이도 이미 카드복사를 당했던 터라 나는 조금더 조심하고있었다. 아부다비에서 ATM 을 이용하긴했으나 이쪽은 뭔가 메뉴도 다르고 낯설다. 돈을 찾으려 시도했는데 모르는 말만 잔뜩 나와 사전을 한참을 뒤적거렸으나 출금을 하진 못하고 잔액조회만 해버렸다. 잔액조회도 돈이 들어가는데 말이다. 두번의 실패 끝에 다른카드를 넣어서 해보려하는데 뒤에있던 흑인 직원이 말을건다. 옷을 보니 은행 안전요원 같은것으로 보였다. 
"내가 도와줄까?돈뽑을려고 하는거지?"
"아니야 괜찮아"
정중히 거절하고 서둘러 그곳을 나왔다. 다른 은행에서 해도 되고 숙소 근처인 워터프론트에서 해봐도될테니까.

은행에서 나와 기차역방향으로 향했다. 이 기차역은 말그대로 기차가 떠나는 곳이기도하고 어제 탑승한 전철이 떠나는 곳이기도 하다. 서울의 영등포나 서울역같은곳이랄까? 목표가 기차역이었던 것은 아니고 기차역 앞에 있는 한국전쟁 기념 동상을 보기 위해서였다. 6.25 한국전쟁에 우리가 생각하는 열강들 외에 다른 국가에서도 많은 원조와 파병이 있었다. 명분은 어찌되었든 간에 자국의 젊은이들을 타국의 전쟁에 내보내는것에 대해 잠시 생각을 해본다. 역사 앞에서 큰길을 따라 가면 시청이 나온다. 시간이 느껴지는 아름다운 케이프타운의 시청의 외관은 '아프리카'라는 단어와는 확실히 어울리지 않지만 백인을 위한 도시라 할 수있는 이곳에는 무척이나 어울리는 모습이라 생각이된다. 멋들어진 시청과 그 앞의 광장을 촬영하기 위해 카메라를 들이대는데 수많은 노숙자들과 그보다 더많은 나에게 시선이 고정되어있는 사람들을 보니 살짝 겁이난다. 9시경의 서울역 노숙자 숫자만큼은 될려나? 이른 아침인데 그들은 광장 전역을 점령해버려 쉽사리 움직이기가 겁난다. 
남아공은 아프리카 부국중 하나이다. 그로인해 수많은 다른국가의 가난한이들이 일자리를 찾기위해 몰려들었고 인구밀집은 다시 높은 실업률과 노숙자를 만들어냈다. 그리 오랜기간은 아니지만 이곳에서 몇일정도 생활하다 보면 왠지 그들이 사회적 계층이 있는것을 느낄수있다. 내가 느낀것은 3개의 레이어로 이루어진 사회였다. 
최상층은 대부분의 백인들과 일부중동,중국 그리고 극소수의 흑인.
이들은 대부분 일을 하지 않는다. 건물과 땅,상가지역을 소유하고있으며 거기서 나오는 이익으로 생활을 하는듯하다. 실제로 남아공영토의 대부분은 백인소유다.
중간층으로 일부백인과 대부분의 중국인 그리고 역시 소수의 흑인.
이들은 대부분 일반업 특히 상업에 종사한다. 특히 케이프타운에선 중국인이 꽤 많다.
하층은 당연하다라고 말하긴 그렇지만 어쨌거나 대다수의 흑인이다.
가게의 점원, 청소부, 가드,운전기사 등 우리가 만날 수있는 대부분의 사람들이다. 
흑인들의 땅 아프리카에 아름다운 지중해도시 처럼 만들어져있는 케이프타운. 그리고 그곳을 지배하고있는 백인층. 흑인의 나라에서 모든 자본을 독식하며 그 부는 다시 되물림되는 구조. 이 악순환의 고리에서 만들어진 수많은 극빈층과 거지들. 그들이 선택할 수있는것은 결국 범죄가 되어버린다. 물론 한국 사회에서도 크게 다르지 않지만 단지 그것이 피부색으로 구분되어 보이다보니 이 양극화가 너무나도 극단적으로 보이게되는듯 하다.

디스트릭스 식스(District six) 뮤지엄쪽으로 가려고 하던중 근처 표지판을 보니 캐슬 오브 굿 호프가 더 가깝다. 표지판이 가리키는 방향으로 고개를 돌리니 바로 시야에 성곽이 들어온다. 시청앞에서 약 5-7분정도를 걸어 입구에 갔더니 무료라고 들었던것 같은데  입장료가있다. 다행히도 학생할인이 가능하여 12랜드의 가격으로 입장했다. 정상가는 20랜드로 기억한다. 안을 들어서자마자 보이는 넓은 잔디밭에 커다란 카메라들 몇대가 촬영중이었다. 어떤 촬영인지 물어보니 TV show 라는 말만들었다. 그들이 촬영하는 것을 따라 구경하던중에 12시가 다되어간다. 이곳은 12시가 되면 작은 세레모니가 있는데 영화에서 보던 근대경찰복같은 옷을입은 행렬이 들어와 근무교대를 한다. 닫혀있던 성문을 열고 행진하여 종을 친다. 종치는것이 끝나면 이어서 대포를 쏘는데 이것이 정말 대포가 맞나 싶을정도로 작은 사이즈의 초소형대포로 축포를 쏜다. 
박물관 내부는 과거 유럽인들이 이곳에 배를 타고 등장하는 그림부터 탐험가들이 탐험하는 그림들과 몇장의 사진 그리고 도시를 건설하는 그림들이 걸려있다. 한쪽 방에는 총독인듯한 사람들의 초상화가 쭉 걸려있다. 이곳에 들어온 유럽인들이 그들의 생활을 위해 유럽에서 옮겨온 몇가지 생활품과 가구들도 전시되어있었다. 박물관매니저와 인터뷰를했는데 이런 인터뷰가 익숙한지 아주 능숙하게 말을 해 주었다. 이후에 감옥과 노예수용소들을 둘러보았다. 당시 백인들은 흑인을 아예 사람이 아닌 존재로 생각을 했기에 노예수용소는 세평정도의 좁은공간에 수십명의 노예들이 눕지도 못하고 동물들과 함께 지내게 했다고 한다. 단지 다른피부색과 다른문화를 가지고 있다는 것으로 그들을 유린하고 그들의 자원을 착취하여 지금의 부를 쌓은 유럽. 세상 모든것을 금으로 판단하고 돈에 미쳐 있던 그들보다 생명을 존중하고 소유보다는 나눔을 생각하던 이들의 문화가 과연 미개할까?

이후에 간곳은 예전 민주와 함께 갔던 우체국. 예전 기억을 더듬어 보니 시청에서 우체국이 가까웠던것 같다. 약간 해매기는 하였지만 눈에 익은 꽃시장이 나오자 곧 우체국을 찾을수 있었다. 많은 가난한나라에서는 우체통을 그다지 신뢰할수 없어 여행내 우체국에 직접가서 포스트카드를 보내곤했다. 우체통에 있는 편지를 수거하지 않고 오랜시간 방치하는 경우도 있고 간혹 우체통안의 편지들을 모두꺼내어 붙어있는 우표만 땐후에 내용물은 버리는 경우도있기때문이다. 물론 게스트하우스에서 우표를 팔고 편지를 붙여주기도 하는데 약간의 커미션을 받는경우도있다.

<당시에 보냈던 포스트카드 2장>

어느덧 시간도 점심시간이 지나고 걷기도 많이 걸어 지치고 배도 고프다. 남아공 박물관에서 플라네타리움(planetarium)을 볼수있는것은 하루 한번 오직 2시뿐이다. 박물관을 가는길에 몇일전 한인식당에서 잠시 만났던 한국유학생을 지나치며 어색하게 인사를 나눴다. 부지런히 박물관까지 걸었더니 약 1시 30분경이 되었다. 아샨티에가서 제나를 만나고 오기엔 시간이 좀 모자랄것 같아 박물관을 먼저 보기로 결정했다. 20랜드의 일반입장료였지만 학생할인을 받아 10랜드로 입장하였다.
아프리카에서 가장 전시가 잘되있는 박물관중 하나였던 이곳이었지만 당시엔 박제와 뼈들이 가득한 이곳에 그다지 관심이 가지 않아 플라네타리움을 으로 바로 향했다. 짧을것으로 생각되었던 플라네타리움 쇼는 50분이 넘게 진행되었고 성운과 은하등에 대한 설명만 이어지는데다가 나의 짧은영어의 한계를 벗어난 영어는 저음의 성우에 의해 그 능력이 극대화되어 결국 나의 눈을 무겁게 만들었다. 그렇게 자면서 끝난 플라네타리움에 허무함을 느끼고 본전을 뽑아야 한다며 잠에 취해 기운없이 비틀비틀 박물관을 살짝 둘러보았다. 나라의 역사나 옛아프리카 원주민들의 생활사는 찾아 볼수 없고 온갖 동물들의 박재와 뼈만 가득했던 그곳은 아프리카를 시작하는 나에겐 마치 죽어있는 아프리카. 죽은 사파리를 하는 느낌이었다.
그 느낌을 더이상 받고 싶지 않아 박물관에서 나와 아샨티로 향했다. 하지만 제나는 2시에 이미 퇴근하였고 연락처를 알려주겠다는 직원에게 괜찮다고 인사를 하고 나와야했다. 

맥도날드에가서 점심을 먹을까 하다가 맥도날드치고는 만만치 않은 가격에 숙소로 돌아가 재정비하고 워터프론트로 나가기로했다. 숙소에서 나오는길에 선교사님께 전화를 드렸다. 혹시 오늘 나를 데리러 오실까 궁금했기 때문이다. 선교사님 댁에 가서 가족들도 만나보고 선교사님께서 가시는 선교도 따라 가 보고싶었는데 Round 1 에서 너무 많은 것을 잃었던 때문인지 이 당시의 나는 무척이나 소심하고 조심스럽고 움추려있었다. 빙빙 돌려 내일 어떻게 하실건지 여쭈어 봤더니 오전에 한국에서 들어오는 여학생을 데리러가고 그 이후에 비가 안오면 선교에 같이 가자고 하신다. 
"오늘 선교사님 집에 가도 될까요? 그곳에서 자도 될까요?" 라는 말이 입에서 계속 맴돌았지만 결국 입을 닫았다.
그리고 나는 여행 내내 그 순간을 후회했다.
 
워터프론트에 있는 은행에서 650랜드(11만원가량)를 출금했는데 트럭킹동안 간식비를 비롯한 용돈으로 생활비로 쓸 돈이었다. 워터프론트의 풍경을 카메라에 담고있는데 날씨가 흐리더니 결국 비가 방울방울 내리기 시작했다. 비가왔지만 워터프론트의 상징인 코카콜라박스 조형물과 노벨광장과 시계탑도 둘러보았다. 비가 와서인지 따뜻한게 먹고 싶어 레스토랑에 가보았는데 모두 100랜드가 넘었던 가격이었다. 결국 다시 픽엔페이에 가서 고른건 돼지목살 두조각.
목살과 영수증을 사진을 찍은후에 가방에 카메라와 함께 집어 넣고 건물을 나오니 조금씩 오던 비가 어느덧 굵은 빗줄기가 되어있다. 방에 돌아와 가방에서 고기만 꺼내 소금과 후추를 뿌려 신나게 요리해서 콜라와 함께 흡입하였다.
그날 밤 나는 샤워를 하며 이런 생각을 했다
'우리는 뭔가 하나를 가지면 가질수록 걱정도 같이 갖는다. 지금 내게 값비싼건 카메라와 아이폰인데 그것이 있음으로해서 도난당하진 않을까 잃어버리진 않을까 저번처럼 강도를 만나면 어쩌지라는 걱정을 하게 된다'
그때 그런 생각을 했던것이 지표였을지도 모른단 생각을 지금에서야 뒤늦게 한다.

<워터프론트의 모습>

이때 내가 가방을 좀더 단속을 잘했더라면...
카메라를  비가 온다고 가방에 넣지 않고 평소처럼 걸고 다녔더라면...
픽엔페이가 아니라 비쌌지만 레스토랑에 가서 식사를 했더라면
조금도 용기를 내서 선교사님 댁에 가게 해달라고 졸랐더라면

그렇게 난 아무것도 모른채 잠에 들었다.

- 가계부 - 
1. 나미비아 비자 : 470
2. Castle of Capehope 입장: 12 (학생할인)
3. South Africa Museum: 10 (학생할인)
4. 우표 2장 : 12
5. 돼지목살 : 16
6. 아틀란틱백패커 도미토리 : 120
토탈 : 640 랜드, 한화 108800원

- 덤 - 
남아공의 날씨
남아공은 남반구인지라 우리와 계절이 정반대로 생각하면된다. 6-8은 겨울 11-2는 여름이다.
겨울이라해서 한국처럼 모든것이 얼어붙을 추위는 아니지만 바람막이 하나만 들고 갔다간 후회할것이 틀림없다.
물론 바람도 없고 구름도 많지 않은날은 햇빛이 따갑게 느껴지기도하지만 바람이 불기시작하면 한국의 11월정도로 생각하면 된다. 더군다나 대부분 게스트하우스나 식당에는 난방시설이 거의 없다. 나는 침낭속에 들어가 그 위에 담요를 덮고 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