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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험 - Adventure/[2011]20대에 하고싶은것

[2011.08.19] 또 한번의 절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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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에 일어나 창밖을 보니 비가 조금온다. 아침일찍 선교사님께 오늘 선교나가시는것에 대해 여쭤보기위해 공중전화가 있는 거리로 나갔다. 선교사님께 전화를 드리니 역시나 비때문에 스케쥴을 취소하셨다고 한다. 방에 들어와보니 아래층 침대를 쓰던 브라질출신의 가브리엘라가 귀국하는 날이라 나가려고 준비중이었다. 
"어? 지금 가는거야? 그러고보니 밖에 택시가 와있던데"
"응 지금 갈거야, 잘있어"
"그래 잘가. 내가 짐 들어다 줄게"
가브리엘라의 커다란 가방을 들어서 택시로 옮겨주고 잘가라고 손을 흔들어 주었다. 배웅을 하고 들어와 토스트대신 씨리얼로 아침을 먹었다. 씨리얼 때문인지 속이 허전한 느낌이든다. 비도오고 하니 일기나 쓰고 어제 찍은 사진을 백업한뒤에 아샨티로 방을 옮기는것으로 오늘 하루의 일정을 정했다. 첫번째로 사진을 정리하기 위해 가방을 열었는데 ...없다!
카메라가 없다. 한국에서도 물량이없어 힘들게 구입하였다가 도난당하고 한국에 들어가서 다시 힘들게 사왔던 카메라가 없다. 혹시 다른데 두었나하고 사방팔방 찾아봤으나 없다. 케비넷도 침대에도 식당에도 컴퓨터가있던 휴게실에도 어디에도 없다. 어제 저녁, 방에 들어오자마자 점심도 저녁도 안먹었던 나는 가방을 침대 옆에 놔두고 구입했던 고기만 가방에서 꺼낸채 그곳에 그대로 두었었다. 가방을 제대로 닫았는지는 확실히 기억이 나질 않는다. 조금전에 나갔던 가브리엘라 일까? 아니면 아침마다 일어나 시끄럽게 부스럭거리던 그녀석일까? 혹시 내가 어제 흘렸을까? 기억을 되살펴 본다. 어제 저녁 픽엔페이 영수증 사진을 찍고 고기와 함께 가방에 넣었다. 그후에 우산을 꺼내며 한번열었고 숙소에 도착해 고기를 꺼내며 한번더 가방을 열었다. 첫번째 가능성은 내가 가방에 카메라를 넣는 그 순간에 흘렸다는것. 가능성은 그다지 없어보인다. 두번째 우산을 꺼내면서 흘렸다는 것. 역시 가능성은 낮은것 같다. 세번째 오는길에 뒤에서 누군가가 가방안에서 훔쳐갔다. 네번째로 게스트하우스의 누군가가 가져갔다. 그중 가장 의심가는건 오늘 돌아가버린 가브리엘라. 오전 내내 어떻게 해야하나 생각하고 고민하느라 어떻게 흘러갔는지도 모르겠다. 결국 게스트하우스에서 마주치는 모든사람들에게 이야기를 하며 물어보며 다녔고 게스트하우스 직원은 숙소에서 잃어버린게 확실하냐라는 물음을 계속했다. 이럴때 내게 잘해주던 Tim 은 하필 휴가라 다른 직원이어서 좀더 힘들다. 게스트하우스 내에서 그런 사건이 있으면 자기내가 곤란해지니까 이리피하고 저리 피하려던 이 직원...이름이 기억이 나질않는다. 너 내가 두고보겠어.

아 진짜 지랄같다. 또 도둑이냐. 내가 아시아 놈이라서인거냐? 내가 만만한거냐? 그많은 사람중에 왜 하필 내 카메라를 가져갔냐? 왜 다른거 말구 카메라를 가져갔냐? 두번째 도둑을 당하며 내 의지를 완전히 꺽였고, 카메라 없이 여행을 어떻게 해야할까는 생각과 아프리카가 정말 날 원하지 않는건지 하나님께서 내게 이길을 허락하지 않으시려는건지 생각도 들었다. 이미 돈은 냈으니 트럭킹은해야겠고 트럭킹을 마친후에 한국으로 돌아가는게 나을까라는 생각을 진지하게했다. 난 정말 단지 즐겁게 여행하고 싶은데, 유쾌한 모험을 하고싶던건데 왜 모든것들이 나를 힘들게 하는것인지 너무너무너무너무너무 속상했다.

우선 게스트하우스 직원에게 얘기하고 워터프론트에 분실물이 있는지 분실물센터에 물어보고 직접 찾아가보았다. 워터프론트안 상가에서 카메라들의 가격도 알아보고 돌아와 웹사이트를 찾아보기도했다. 구글링하다가 사람들이 온라인 게시판에 중고 물품을 올리고 거래하는 사이트를 찾게 되었고 결국 거기서 HD 동영상 지원이 되는 카메라 하나를 사기로했다. 동영상 촬영을해서 TV여행 프로그램에 넘겨서 부족한 여행경비를 보충하려했기에 HD 동영상 기능이 필요했다. 기본적으로 남아공을 포함한 아프리카에서 디카는 한국의 두배가 넘는 가격이기에 중고가격도 새것만큼이나 비싸다. 그리고 이들은 우리처럼 기스를 유심히 본다거나 박스나 기타 부속품같은것에 일일이 잘 신경을 안쓰는게 중고품이어서 한국의 새것같은 중고를 생각하면 곤란하다. 같은 게스트하우스에 묵고있는 그레이스(Grace)가 의사소통을 도와주었다. 바로 옆에 있는 사람은 대충 상황도 알고 이상한 영어에 손짓발짓으로 대충 알아듣지만 전화로는 내가 알아듣지도 못하고 도통 방법도 없기에 그레이스에게 전화통화를 해달라고 부탁했다. 그렇게 판매자는 내가 있는 숙소 앞으로 직접 오기로했고 나는 그 동안 은행에가서 돈을 출금해오고 한선교사님께 연락을 드렸다. 한선교사님은 이미 근처에 와있다고 날 찾고계셨다고하신다. 만나기로 하는 위치가 계속 어긋나 30분이 넘게 서로 엇갈렸다. 그동안 나는 게스트하우스와 큰길가를 오가며 어느쪽이 먼저올지 몰라 계속 확인하며 뛰어다녔다. 그레이스는 가만히 기다리라며 나를 못나가게했고 나는 친구가 이쪽으로 오기로했는데 큰길에서 기다려야 된다고 설득하려했다. 그레이스는 너가 나갔는데 그사람이 오면 어떻게 하냐고 계속 나를 못나가게 고집을 피우다가
"그럴거면 내게 돈을줘 내가 그사람이 오면 구입할게" 라는 말로 나를 얼음으로 만들어버렸다.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당황해서 가만히 멍하니 있자
"장난이야, 너가 너무심각해 하는게 웃겨서" 하고 배를 잡고 웃고있다

힘들게 선교사님 일행과 만나 오늘 일을 간략히 말씀드리고 숙소로 돌아가 전화가 오기를 기다렸다. 금방온다던 판매자는 1시간이 넘게 우릴 기다리게 하고나서야 도착했다. 말라위에서 왔다고 하는 이녀석은 판매하는 이유에대해 뭐라뭐라 설명했지만 난 하나도 알아듣지 못했고 자신의 전화번호를 하나 적어주고 떠났다. 
그나저나 이 카메라는 우리가 쓰던것과는 조금다르게 베터리를 분리해서 충전하는식이 아닌 카메라를 통째로 충전하는 식이었다. 어차피 베터리가 하나 밖에 없었긴했지만 충전할때 자리를 비울수가 없을 것 같다. 
가격은 2600랜드. 어제보다 환율도 올른데다가 최대 출금액이 1500랜드여서 두번 출금으로 수수료도 두번이나 내야했다. 
이렇게 하나의 사건으로 오늘 하루는 눈깜짝할 사이에 사라져 버렸다.

바로 트럭킹 오리엔테이션시간이 되어서 선교사님과 대화도 거의 못한채 바로 아샨티로 이동했다. 선교사님이 차로 태워다 주셔서 그나마 편하게 갔다. 아샨티에 도착했더니 이미 30분정도가 늦은 상태였다. 입구에서 한달만에 다시 만난 벡스(아카시아 직원)과 잠시 인사를 하며 카메라를 도둑맞았다는 이야기를했더니 "또?????" 라며 당황해했다.
안으로 들어가 밝게 인사를 건내본다.
"이봐 친구들 미안 내가 좀 늦었지? 반가워 나는 한국에서 온 석이라고해"
인사를 건낸뒤 몇마디 나눈후에 그들은 내가 붙임성 좋은 영어 잘못하는 동양인으로 인식한 듯하다. 한국인이 하나있다는 에이전트의 말과는 달리 한국인은 커녕 동양인은 나뿐이다. 대화를 좀나눴던건 비슷한 젊은 또래인 호주에서온 엘리스, 스코틀랜드에서 온 나탈리, 그의 남친 스티븐. 미국에서 온 부부인 랜스와 와 라이언. 그리고 스페인에서 온 버지니아와 테레사! 그들과 대화하면서 지난번 트럭킹 멤버였던 사람들 얼굴이 머리속을 지나간다. 앞으로 3주간 이들과 유쾌하고 신명나는 시간이 될까? 아니면 외로움과 쓸쓸함이 가득할까? 
벡스가 일이있다고 먼저 떠나며 새로운 투어리더인 제이에게 함께 경찰서에 가달라고 부탁했다. 함께 경찰서로 갔는데 뭔가 불만 가득한 짜증 한가득인 표정이다. 아프리칸(남아공에서 많이 쓰이는 언어, 얼핏들으면 독일어비슷하다)으로 경찰과 대화하는 나를 보조해주었다. 방에 돌아온 나는 아침 씨리얼이후에 아무것도 못먹어 커다란 허기에 괴로웠고 또한 잃어버린 또는 도난당한 카메라에 대한 미련은 멈추질 않는다. 
아프리카, 너가 날 반기지 않는거니 아니면 남아프리카공화국 너가 반기지 않는거니?
너희 땅을 밟기에 나는 아직 준비가 부족한건가? 그런거냐?
뭐든간에 이제 그만하자. 이제 고통과 절망대신 행복만을 주면 좋겠다.
부탁한다 정말 아프리카.

- 가계부 -
1. Nikon p100 중고 구입 : 2600 
2. 아샨티 게스트하우스 : 100
3. 아카시아 트럭킹 로컬페이 : 700$
합계 2700 랜드+700$, 한화 459000 + 805000=1,264,000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