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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험 - Adventure/[2011]20대에 하고싶은것

[2011.08.27] 별을 덮고 잠에 들다.


저 멀리 허허벌판 거대한 바위덩어리가 보이더니 점점 가까워졌다.

눈으론 굉장히 가까워 보였는데 제법 더 달려야 바위덩어리 바로 앞에 멈추어섰다.


이어서 제이의 설명이 이루어졌는데 알아들은건 하나도 없고 

유일하게 알아들은건 나의 친구이자 우리의 드라이버인 니콜라스와의 여행은 오늘로 끝이라는 것이다.

이곳엔 우리보다 먼저 도착한 아카시아의 다른 팀이 있었는데 이쪽팀은 반대로 위에서 내려 온 팀이다. 니콜라스는 이들과 함께 케이프타운으로 다시 내려갈 예정이고 이들과 함께온 드라이버를 따라서 우린 위로 향하게 된다. 

새로운 드라이버는 케냐 출신으로 굉장히 과묵하고 혼자있기를 좋아하는 아저씨였다.


스와코문드에서 푹쉰 덕분일까? 오늘 이곳은 화장실도 샤워장도 어떤 시설도 없는 자연 그 자체다.

황량한 벌판에 거대한 바위 산이 덜렁있고 주변에 지나가는 차량은 거의 전무하다.


이곳이 바로 신성한 바위산 스피치코프(Spitzkoppe)다. 

높이는 대략 1700미터 가량인데 그렇게 높아 보이진 않아 뛰어 올라가 보지만 막상 올라가보니 말도안되게 높다

생각해보면 1700미터면 지리산급 아닌가?


거대한 바위산이 여러개 있는데 캠핑장 바로 위에 거대한 바위덩어리가 툭 튀어나와있다

저 곳에서 바라보면 상당히 멋진 풍경을 예상하고 달려나가기 시작했다. 산 중턱 평평한 지역엔 메트를 깔고 일광욕중인 다른 팀 원들이 있었다.


저 멀리 오늘의 목적지가 보인다

내 친구 니콜라스! 술을 엄청 좋아한다

두대의 트럭

신성한 산. 평원의 만들어진 길을 보면 규모가 짐작된다

넓쩍한 바위위에서 메트를 깔고 일광욕을 하고있다

지평선. 전북에 유일하게 지평선을 볼수 있는 곳이 있다고해서 가보았지만 기대했던 풍경은 아니었다

하지만 이곳의 지평선과 

아름다운 일몰

자연이 만든 그라데이션은

툭하면 기모으는 미친놈과

툭하면 옷을 벗는 이 친구

제각각 다른 모습으로

조용히 내려 오는 이 대자연의 어둠을

아주 고요하게

그리고 따뜻하게

맞이하며 기다리고있다





미리보는 이날의 노숙장소 

이날 저녁식사 당번이 아닌게 정말 운이 좋았던것 같다. 밥준비하느라 그 시간을 못즐겼다면 큰 아쉬움을 남겼을것이다.

이윽고 니콜라스의 송별회. 다들 술을 적잖이 마셨는데 항상 터프한척하는 프랑스의 허세 빅터..



"석~! 오늘 바위산위에서 자보는게 어때?"

"아니 난 그냥 텐트에서 잘래"

"헤이 이봐 친구 ! 남자라면 함께 올라가서 자자구! 너가 정 텐트를 원한다면 내가 너의 텐트를 들고 올라가주겠어"

"이봐 빅터 진심이야?"

"당연하지!"

"좋아 그럼 텐트도 없이 메트리스에 침낭만 들고가서 자도록하자! 어때 자신있어?"

"...좋아! 그렇게하지 다른 사람도 함께 갈 사람이 있을지 물어보겠어!!"


이곳은 밤이되면 하이에나를 비롯한 위험 야생동물들이 많이 나타나는 곳이었는데 한국의 허세와 프랑스의 허세는 그렇게 의기투합하여 밤이 깊어지자 메트리스와 침낭을 들고 산을 기어 올라가기 시작했다

우리 외에 3명정도가 더 따라 올라왔고 가이드인 제이는 조심할것을 당부했다.

산 중턱 평평한곳에 메트를 깔고 침낭 깊숙히 몸을 넣은채 하늘을 올려다보았다.


아.... 저 하늘!!

이걸 보기위해 아프리카에 왔다

이걸 보기위해 라섹수술을 했다

다시 보기위해 큰 좌절을 딛고 이곳에 다시 왔다

그렇게 한참을 조용히 하늘을 바라보다가

잠이 들었다.


하지만 밤이 깊어지며 바람은 더더욱 거세게 몰아쳤고

산 위에서 아래로 불어오는 덕에 내 신발과 작은 짐들이 전부 바람에 날라가 버렸다.

이미 잠은깼으나 바람소리와 동물들의 울음소리 그리고 무지막지한 추위로 머리까지 모두 침낭에 넣고 아침이 되길 기다리려했다.

도저히 안되겠다 라는 생각으로 몸을 일으키고 주변을 둘러보았으나 내 옆에 있던 빅터의 자리는 텅 비어있었다.


그렇다...그 프랑스 허세 터프가이는 말도 없이 조용히 내려가 버린것이다.

그렇게 그날의 피로는 다음날 하루종일 나를 괴롭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