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일상 - Daily/넋두리 - Memo

[2015.03.16] 학교는 왜 재미가 없을까

지난주 중고등 학교수업을 싫어했던 이유를 곰곰히 생각해보았다


학교 자체가 싫었던것. 그 억압이 싫었던것은 분명 크다

하지만 무엇보다 큰 이유는 배움에 '왜' 가 없었기 때문인것 같다.


먼저 왜 배워야 하는지 목적도 동기도 없다


굳이 동기를 만들자면 좋은 대학 좋은 직장. 나아가서 높은연봉, 차, 집

목적을 위해 어쩔수없이 해야할 배움이지 배움에 대한 갈망이 없다

배우고 싶지 않은 내용을 억지로 하는 공부가 즐거울리 없다


두번째로 학습 내용도 왜가 없다. 즉, 스토리도 없다.


조선건국에 대해서

이성계 위화도회군 1393 년 암기만이 존재할 뿐이다.

왜 그래야만 했는지 왜 그런 환경이 만들어지게 되었는지

배경 설명이라해봐야 고려 귀족의 부패정도 밖에 없으니 당연히 제대로된 이해도 없고 재미도 없고 상상도 없다

물론 모든 교사가 그렇지는 않을 것이다. 

방대한 전문지식을 가지고 드라마틱하게 멋진 설명을 해주신 분들도 있을것이다.

다만 그런 교사 아니 선생님들을 만나는건 행운에 가깝다

아마 나는 그 '왜' 가 없었기 때문에 학교가, 학교의 억압이 싫었던 것도 같다.


배움이 재미없으니 학교 수업은 재미 없게되고 

암기, 공식만이 중요하게 치부되어 

좀 더 시험에 나올만한 부분, 좀더 쉬운 암기법을 알려주는 학원을 의지하게 된다

지식을 쌓는게 목적이 아닌 높은 성적을 받는것이 목적이다 보니

과정은 중요하지 않게 되고 결과만을 따지게 된다.

생각하고 의견을 제시하는것이 아닌 암기하고 정해진 답을 찾기 위해 노력한다


배운 내용을 알고있는냐를 검증하는 것이 아닌 오직 점수만을 위한 시험이기 때문에

정해진 답을 잘 찾기 위해 쪽집게 과외를 찾고 출제경향을 파악하기 위해 애쓴다.

이제 배움은 지식은 중요하지 않다. 오직 점수만을 위해 움직인다


자신의 모든것을 결정하는 것이 점수인양

틀린 시험문제로 인해 낙담하고 좌절하며 점수를 위해 살아 가는 존재가 되버린다.

공부. 아니 성적이 존재를 표현하는 가장 큰 가치가 되어버리고

성적을 위해 도덕적으로 옳지 않은 방법들도 선택한다.

(나도 그랬다. 심지어 대학때도 컨닝을 했다. 지금은 무척 부끄럽다)

그렇게 성인이 되어도 가치관이 변하지 않으면

높은 학벌과 사회적으로 높은 직위의 직업을 갖지만 

자신의 욕망을 위해 비윤리적으로 움직이는 존재들이 된다.

어느 사회나 그런 이들은 있다. 하지만 우리에겐 그런이들이 너무 많다. 


나는 공부가 싫었다.

왜 배워야 하는지 몰랐다.

고등학교 1학년 첫 수업 수학.

첫 장인 집합을 수업하고 마지막에 '질문?' 이라는 말에 손을 번쩍 들고 말했다


'수학은 왜 배우나요? 수학을 배워서 어디다 써먹나요?'


물론 적절한 대답대신 매타작을 당했고

그 질문 하나로 전교 또라이로 유명세를 타게 되었다. 

중2병이긴 했으나 튀고 싶어서가 아닌 진심어린 의문에서 나온 질문이었지만 남은건 낙인뿐이었다



지금의 난 같은 질문을 반복하진 않을 것이다.

비난이, 낙인이 두려워서가 아니다. 

왜 배우는지 알게 되었다. 어디다 써먹는지 알게 되었다.

물론 문제를 찾고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방안을 찾는것이 직업인 엔지니어이기 때문인지도 모르겠다

다른 직업을 선택했다면 여전히 모를지도 모르겠다는 생각도 가끔 든다.


왜 배우는지 알게 되다 보니 필요도 생겼다. 

배운것으로 인해 문제가 해결되는 것은 즐거웠다

가지고 있던 의문들, 구름처럼 몽실몽실하게 떠있던 답들을 정리 내려준것들도 즐거웠다.


그렇게 나이가 먹어가면서 배움이 재밌기 시작했다.

그 중 좋은 책은 왜 라는 질문이 많은 책이라 생각한다

기술 서적도 왜 이런 기술이 필요하게 되었는지 어떤 시행착오들이 있었는지

이 기술이 어떤 면에서 훌륭한지 단점은 무엇인지 만든이들은 어떤 생각으로 준비를 했는지

기술에 대한 철학이 있는 책은 훌륭한 책이다


이제 배움에 목적도 있고 스토리도 있다.

그래서 배우는것이 즐거운것 같다.


사실 모든 일이 그렇겠지만 지금 하는 일은 특히 공부할게 너무 많다. 

졸업하고 난 뒤 서적을 읽고 검색을하며 공부한 양이 대학에서 공부한 양에 십수배는 될 것 같다

그래서 지금 직업에 대한 괴로움은 컸다. 아니 지금도 사실 크긴하다

다만 그 이유가 어릴적 생각하던 것과는 조금 다른듯 하다


그래서 지금도 공부한다. 

온갖 취미 활동부터 교양, 전공까지 배우는 것, 공부하는 것이 즐겁다


나는 이제 배우는것이 좋다



<사진 출처 : 구글링>



덤1. 요즘 학교는 그렇지 않기를, 적어도 앞으로의 학교는 그렇지 않기를

덤2. 나의 사춘기는 고등학생때 왔다. 그 시작이던 고1 봄에 끄적거린 글 (어우 오글거려!!)



일 탈 

노래방. 오락실. PC방... 
그곳에서 우리는 꿈꾼다 
한개의 가식적이지 않은 
우리의 자유를 느낀다 

명동. 대학로. 이태원... 
우리의 열을 발산하는 곳 
인생의 정말 도움이 되는 
그 곳에서 우리는 배운다 

당신들은 말하지.. 
세상은 배움이라고 
학교에서의 배움이라고 
난 여기서 조용히 비웃을뿐... 

알면서도 탈피하지 못하는 
더러운 이길에 순응하는 
사라지고 싶다. 
나의 슬픔일 뿐... 

내겐... 
내겐 힘은 없는가.